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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리뷰

쇼룸: 이케아에서 찾는 행복의 맨얼굴


하늘이 높아서 그런지 오늘은 왠지 서평을 쓰고 싶네요.
3년 전에 사서 심심할 때 한번씩 꺼내보는 소설, 쇼룸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영롱한 표지의 쇼룸


쇼룸
지은이: 김의경
펴낸 곳: (주)민음사

소설 쇼룸은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요,
‘물건들’, ‘세븐 어 클락’, ‘이케아 소파 바꾸기’, ‘쇼케이스’, ‘이케아 룸’, ‘계약 동거’, ‘빈집’, ‘2층 여자들’ 의 8개 소설을 관통하는 배경이 이케아 쇼룸입니다.


민음사 유튜브에서 봤는데
민음사 소설은 손에 잡기 편한 사이즈로 제작하고,
넘겨 볼 때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감안해서 양쪽 끝에 글자를 배치하는 등 종이책의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더라구요.


민음사 소설 tmi
영롱한 책등을 가진 쇼룸

그리고 이런 영롱한 색으로 표지를 만들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한다고 하네요 ㅎㅎㅎ


소설은 풍족하지 않은, 오히려 팍팍하기까지한 2,30대의 삶을 다이소나 이케아를 배경으로 덤덤히 그려내는데요.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고, 이케아 쇼룸에서 환상을 구매하는 공허함이 잘 드러나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을 읽고 나면, 신자유주의 시대의 양극화, 가난, 소비, 직업, 행복 등에 대한 고민이 들어 종종 생각이 나네요.
저 또한 30대여서 그런지 마치 내 친구들의 이야기인 것처럼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이 소설을 더 좋아하게 된 건 강유정 평론가의 해석 때문인데요.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몇 개 올려볼까 합니다.

쇼룸 해석 -강유정 평론가


“20년 전 뉴욕 도시인의 질병을 서울에서 같이 앓는 것.
소비라는 질병의 공감대.”


쇼룸 해석 - 강유정 평론가


“판본이 너무 선명해서 방 자체가 연출이며 ‘쇼’라는 사실조차 무뎌진다.”
“전시효과는 강렬해서 그것에 포함되지 않는 삶의 풍경을 예에나 낙오로 분류한다.”

몇년 전, 대학생들이 과잠바를 유행처럼 많이 입었었죠.
그 현상에 대해 취업이 불안한, 소속감을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현상이라는 해석을 본 적이 있어요.

마치 이케아 쇼룸을 소비하는 소설의 인물들과도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쇼룸 해석 - 강유정 평론가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더이상 능력이 부를 가져오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시대의 부는 유산이나 상속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라는 전제에 씁쓸하지만 동의하게 되는 대목이에요.

쇼룸 해석 - 강유정 평론가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어떤 애호를 가지고, 어떤 문화생활을 하고 있었는지 곰곰이 돌아보게 됐어요.


쇼룸 해석 - 강유정 평론가
쇼룸 해석 - 강유정 평론가


제가 띄엄띄엄 올리긴 했지만,
소설과 평론을 읽고 나면 ‘결국 신자유주의 시대에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것은 없구나‘ 하는 허무함에 빠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래도 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런 평을 남기고 싶네요.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희망을 잃는 순간, 세상이 교육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여지조차 남지 않게 된다.